2022년도 회고를 보아하니까 그 때랑 지금의 나랑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작년 회고는 2021년도와 2022년도를 같이 묶어서 했기 때문에
시간이 이렇게 흘렀고 내 움직임은 대략적으로 이렇더라~ 라서
이번에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적어보겠다.

2023년도의 키워드

탈출과 이사, 처음 가는 길, 시각화, 커뮤니티

탈출과 이사

원래 이 키워드에는 '이사'만 있었다. 그런데 '탈출'을 아니 적을 수 없겠더라.
먼저 조직 개편과 팀 이동 2번의 이사가 있었다.
조직 개편을 하면서 탈출을 했고 팀 이동을 통해 이사를 했다.

탈출

탈출에 대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키워드로 넣은 이유가 있다.
2022년도에서 '좋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하는 점'을 적어놨던데
실은 2021년-2022년도에는 시간과 성과와 자원의 사용에 대해 많이 쫓겼다.

그런데! 조직 개편으로 그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말로 탈출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겠다.
오죽하면 2023년도 초에는 다시 회사를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아니? 기술 개발 '연구'를 위해 이만큼 자원을 쓸 수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이사

그리고 직군도 좀 바뀌었다.
원래는 GIS엔지니어면서 데이터 엔지니어가 하는 일을 한번씩은 다 해봤는데(주의: 다 해봤다 해서 할줄 아는게 아니다)
지금은 데이터 전처리와 시각화, 분석에 초점을 맞추면서 연구개발쪽으로 많이 넘어왔다.
그래서 팀도 개발팀에서 연구팀으로 한번 더 바뀌게 되었다.
지금은 내 자신이 데이터 리서치 분야에 좀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들고 있는데, 내년은 또 어떻게 될 지 모르지.

처음 가는 길

완전히 조직도 팀도 바뀌니까 모든 것이 새로웠다. 여름쯤에 팀을 바꾸기 전에는 내가 여기 계속 있어도 되는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다.
으레 늘 하는 얘기지만 업무가 업무다 보니 내가 회사를 왕따시키는게 아닐까 하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날 정도로 혼자다! 그리고 외로웠다!
2023년도부터는 회사에 천사같은 GIS 엔지니어분이 한분 더 합류하셔서 덜 고독하다.

그리고 또다른 고독은 문제 해결에서 찾아왔다.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 레퍼런스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어서 머리를 정말 열심히 굴렸다.
예를 들어 A->E까지 가는 법을 알고 싶다 치자. 나는 A->B, B->C, C->D, D->E 혹은 그 이상으로 문제를 쪼갤 수 있을 만큼 쪼개고
해결법을 엮어 나가고 싶었는데 A->B가는 일도 보통이 아닐 때가 있다.
아, 이런 일을 하면서 문제를 잘 정의하는 법도 배웠지만 나는 매일이 불안했다.

이건 시간이 흐르고 팀의 소속감을 느끼면서 점차 잦아들었다.
아예 없어졌다고 할 수 없다. 나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나는 내 모든 결정에 대해서 판단하고 책임져야한다.
그런 쪽의 경각심은 늘 가지며 살고 있다.

시각화

처음 가는 길에서 나왔던 이야기는 사실 시각화 이야기다.
아니? 위성영상 기반 모델의 인퍼런스 결과를 지도 위에 시각화하라구요? 아아니 이걸 보고서로 만들라구요??!
시각화에 그치지 않고 분석으로 이어지는 일을 하다 보니 선례 삼을 만한게 없어서 눈뜬 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쓰다 보니까 내가 하반기 후반에 접어들기까지 정말 불안했나보다.

하반기에 내가 시각화한 결과물들이 전시 자료로 쓰이고 홍보 책자에 실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니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다고!?
(적고 보니 아니 근데 진짜를 빼놓고 얘기 할 수 없는거니...)
거기에 더해 내가 작년에 한 일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날 찾아줘서 놀랐다.
보안 때문에 뭐 한다고 말도 못하고 그렇게 끝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 영향력이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들이었다.

커뮤니티

원래 커뮤니티 활동에 소극적이었다.
ENFP고 사람은 좋아하는데 내 직무가 워낙 독특하니까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었다.
올해 여름에 페북 친구인 강성욱님이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 나를 이끌면 가속도가 붙더라고.
올해가 다 가는 시점에서는 마침내 운영진에 합류할 수 있었다!
운영진 추천도 감사하게도 강성욱님이 나를 적극 추천해주셨다.
(링크 : https://k-devcon.com/staff)
커뮤니티에 가입한지 어연 반년이 지났는데, 이번에는 아이템으로 느낀 점들을 써보고자 한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다음과 같다.

  •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 주말에 할거 없을 때 나와서 공부 좀 합시다
  • 내가 겪는 고민을 똑같이 겪는 사람들이 많구나. 내가 괜한 걱정을 만든 게 아니었구나
  • 2022년에 다짐했던 것 : 지식을 나눈다 -> 어떤 것이든 내가 나누는 것들이 지식이 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 내가 이렇게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다 보면 그들에게도 조금씩 배울 것들이 생기고, 나도 그들에게 줄 수 있는게 생기는구나

운영진으로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 이렇게 꾸준히 활동 하는(격주 토요일이다) 그룹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떨리고 긴장된다
  • 커뮤니티 사람들이 여기서 편안함을 느끼고 조금씩 십시일반 해서 뭐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당장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들어왔으니까
  • 내년에는 조금 더 적극적인(소극적이여도 괜찮다. 소규모로 플래시몹 스터디를 짧게 짧게 할까 생각도 들고...) 활동을 해보자
  • 리더쉽, 운영과 기획, 스트레스 관리에 대해서 배우자

내년 포부

2024년의 팀 내 로드맵도 내 로드맵도 대략 다 짜여있다.
이번 해도 공부할 것이 많고(분산 처리를 배워야 한다), 맡는 것도 의외로 많고(운영진과 운영진과 노사협의회), 2023년도에 했던 일을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 너에게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혜미야. 불안했던 날들 방황했던 날들이 이제 완전히 끝이 난 건 아니지만 이제는 너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네 자신부터 나를 많이 아꼈으면 좋겠다. 낙수가 주춧돌을 뚫듯 그렇게 잔잔하고 꾸준하며 우직한 힘을 내길 바라.
내년에도 잘 부탁해!

+ Recent posts